3년간 일한 아동센터를 퇴사했다.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눈에 밟혀서 조금만 더 일할까 생각도 했지만, 1월부터 지금까지 일하면서 도무지 공부에 집중을 못하고 있어서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기분이 참 묘하다. 매일 같이 걸었던 출퇴근길을 뒤로 하고 집에 들어오는데 참 뒤숭숭했다.

출근하고도 실감나지 않았다. 잠시 쉬고 돌아올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실감하지 못한 건 나뿐만 아니라 원장 선생님, 실무자 선생님,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같은 사람에게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아동센터에는 수많은 자원봉사자 선생님, 멘토링 선생님, 실습 선생님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오늘부터 온다고 해놓곤 다음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그래서 아이들은 오늘 온 선생님이 내일도, 다음주에도 와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아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선생님이 또 오는지, 언제까지 오는지'였다. 그래서 믿음과 약속을 저버리는 선생님이 되지 말자고 마음을 굳게 먹었던 것 같다.

 

3년이라는 세월은 짧지 않다. 특히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은 지금까지 인생의 3분지 1을 나와 함께 했다. 포도를 보면서도 포도라는 단어를 몰랐던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고, 오늘 맛있는 걸 먹었는데 내일도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는 그 작은 가능성조차 생각해보지 못한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 싫어하는 반찬이 생겼다. 슬슬 나이 감각이 둔해져가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성장이 나의 시계가 되었다.

 

나는 어떤 선생님이었을까? 음, 월급에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으로 기억되려나? 선생님은 왜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시키냐고 하는 물으면 '그게 내 일이고, 내가 월급을 받는 이유야. 나는 월급에 최선을 다할 거야.'라고 말하곤 했으니까. 한 번은 새해에는 선생님이 월급 루팡을 하면 좋겠다는 덕담(?)을 듣기도 했다.

나는 썩 좋은 선생님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다지 유머 감각도 없고, 아이들 관심사도 잘 알지 못하고, 융통성도 딱히 없으니까. 초반에는 가르치는 것도 어찌할 줄 몰랐다. 기준만 높아서 아이들을 다그치는 일도 꽤 있었다. 나와 공부하던 아이가 더 익숙한 선생님이 오니 순식간에 책상 위의 짐을 싸들고 그 선생님 옆에 앉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선생님은 '설명충'이라서 물어보기 싫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힘들 때도 포기는 하지 않던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다. 한 명도 포기하지 않았던 선생님이었다고 기억해주면 좋겠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는 누구 하나 빠짐없이 작별인사를 건네주었으니까, 지난 3년간 꽤 성장한 선생님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아이들을 가르치러 갔다가 내가 되려 배우고 왔다. 성인이 되고 나서 나 자신의 시야가 넓어진 계기가 셋 있다. 하나는 전적대의 동기와 교수님들, 두 번째는 어셔 생활, 마지막으로 아동센터에서의 생활.

나의 시야가 얼마나 좁은지, 얼마나 오만하게 살아왔는지 매순간순간 느꼈다. 다양한 삶의 모습들, 생각, 사람, 우리 사회에 대해 알게 되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얻은 화두들은 언제까지고 나의 과제로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첫 실습을 마칠 때 지도 선생님이 그러셨다, "선생님(나와 실메)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 말씀 그대로다. 아이들을 만나며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센터를 다니기 전까지는 목표 기준을 설정해두고 그 기준을 넘겨야만 하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하나씩하나씩 쌓아올리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어제보다 성장한 오늘을, 오늘보다 더 성장한 내일을 목표로하는 사람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여유를 가지게 되었달까.

너무나 운 좋게 좋은 센터, 좋은 선생님들, 좋은 아이들을 만나 행복하고 보람찬 3년을 보냈다. 참 감사한 일이다.

 

꼭 올해 임용에 붙어서 센터에 놀러 가야지. 벌써 아이들이 보고 싶다.

초등 임용 인강이 개강했다.

모두가 듣는 그 인강은 저번주 금요일에 개강했고, 내가 듣는 인강은 이번주 월요일에 개강했다.

'인강이 밀린다.'는 말을 이해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올라오는데 인강이 어떻게 밀리지라고 생각했었다. 알고 보니 업로드 날이 일주일에 한두 번인 것이지, 올라오는 강의는 5편 정도인 것 같다. 1일 1인강해야 한다.

 

나는 첫 번째 강의까지만 듣고 더 듣지 못하고 있다. 교재가 없기 때문이다.

학생회에서 임용 복지 사업으로 책과 문구류를 공동구매한다. 총학이 가진 마일리지 보조를 받아서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다. 내가 듣는 인강의 경우는 교재비가 비싼 편이고(프린트물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한다.) 공동구매하는 것과 아닌 것은 8천원 정도 차이가 났다.

문제는, 공구한 책이 안 온다는 것이다. 오늘 택배앱들을 업데이트했지만 소식이 전혀 없다. 내일도 안 온다는 뜻이다.

1, 2월 기본이론 듣는 동안 필요한 교재는 3권이다. 이 중 2권을 공동구매했다. 나머지 한 권은 인강사이트에서 바로 샀다. 그리고 그 따로 산 한 권만 도착했다. 이게 뭐람. 이럴 줄 알았으면 커피 두 잔 덜 마시고 바로 샀지. 8천원 그게 뭐라고 이렇게 답답하고 속 터져야 하나.

 

다른 인강 듣는 사람들은 책을 다 받았다. 나만 못 받았음^^

이게 들어보니까 내가 듣는 이 분은 기본이론은 책이 꼭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1강까지 듣고 더 못 나가고 있는 상태다.

아, 속 터져. 학생회에 연락은 했는데 답이 없다

1차 치고 쓴 인강 후기&비교는 여기서
https://howto-rainbow.tistory.com/m/20

초등 임용 1차 공부 (1)인강, 위재권 커리 후기

아직 2차 치지도 않았는데 이런 글 쓰면 뭔가 설레발치는 것 같지만 학생회 인강 공동구매 공지가 떴길래 그냥 쓰기로 했다. 작년 이맘때, 인강을 결제하면서 초수에 백구 아닌 커리 타도 되는지

howto-rainbow.tistory.com



임용 인강을 결정했다. 교대생 대부분이 ㅂㄱ 인강을 듣는 가운데, 나는 ㅇㅈㄱ을 결제했다.
나 혼자 튀는 결정을 한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가 듣는 그 인강을 듣더라고.
학생회 공동구매 명단도 우리 과에서 ㅂㄱ 말고 다른 인강 신청한 사람은 한 명 더 있는 정도인 것 같고.
잘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다. 잘한 결정으로 만들어야지.

임용 1년 커리 가격 보고 참 착잡했다. 이게 임용이, 초등 임용이라고 해서 돈이 적게 드는게 아니구나.
모두가 듣는 그 인강이 한 달에 11만원 정도 치이고, 거기에 교재값이 1년에 40쯤 든다고 하니 월 4만원이라 치고, 그 외 프린트, 필기구, 독서실 간다면 독서실 비용... 월 2~30은 그냥 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에게는 벅찬 비용이다. 인강을 안 듣는 거에 대해서 4학년들과 얘기해보았는데 하나 같이 반대했다.
공교육에 필요한 교사를 뽑으면서 막상 그 시험 내용은 사교육에 의존해야만 하는 구조라니. 참 암담했다.

한 달 정도 초등 임용 인강에 대해서 열심히 조사했다. 인강 강사는 생각보다 많았다. 사람들이 많이 언급하는 강의는 아래 네 팀인 것 같다. 가격도 따져보고, 내 공부 스타일이 어떤가 합격수기들과 비교해보고, 유튜브에서 OT도 들으면서 고민했다.


ㅂㄱ ㅇㅈㄱ ㅊㅅㅇ ㅋㅋㄴ
연간 130만원
(공구 110만원)
연간 72만원(~12/26)
글쓰는 이 시점엔 76만원
연간 133만원
(공구 60만원대)
연간 165만원
1~3월 : 기본이론
4~8월 : 각론
9~10월 : 모의고사
1~3월 : 기본이론
3~6월 : 각론
7~9월 : 단권화, 교직 논술
10~11월 : 모의고사
1~2월 : 이론
3~7월 : 각론
8~9월 : 기출
10~11월 : 모의고사

1~7월 : 한 달에 두 과목씩
8월 : 문제풀이
9월 : 모의고사(채점서비스)
10월 : 모의고사
1.2배수 2.0배수 1.4배수 1.8배수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ㅇㅈㄱ으로 결정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ㅇㅈㄱ을 결제한 이유 몇 가지

  • 일단 가격. 40만원 차이면 교재값이 나오지 싶었다.
  • 무려 2.0배수. 패키지에는 2.0배수라고 하고, 단과에는 1.8배수 적혀 있는데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다. 1.8배수여도 무척 매력적이다. 왜냐? 나는... 수능 4번 치는 동안 인강을 안 들었다. 인강 들으면 뇌에 입력이 안 된다. 입력 안 되는 거 생각하면 1.2배수 치명적이다.
  • 무조건 암기하라는 말 안 한다길래. 나는 시험에 필요한 능력을 이해와 암기로 나누면 이해 91 암기 9로 이루어진 사람이라서 이 평에 좀 끌렸다.
  • 논술 강의가 포함되어 있다. 아니, 합격생에게 교직 논술이 어떤 시험인지 물어봤더니 합격한 당사자도 모른다지 뭔가. 근데 교직 논술 강의가 포함되어 있다니 좀 끌렸다.

물론 걱정도 있다. 일단 OT를 보니까 재밌는 분은 아니었다. 편집도 거의 없고, 아무래도 옛날 방식이라는 느낌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안 듣는 것도 걱정이긴 하다.
하지만 결제는 이미 끝났고, 선택은 돌이킬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 해야지.

1.

이번주부터 3주간 대면수업이다. 그래도 2주간 학교를 나가다가 왔으니까 적응하기 나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이게 웬걸. 정말 피곤하다. 딱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데 무척 피곤하다.

실습기간동안 매일 6시간 잤다. 이제는 푹 자고 피로를 좀 녹이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새벽같이 눈을 뜬다. 몸의 긴장이 풀리지 못한 느낌이다. 간만에 대면이라고 발표, 과제가 다 몰려 있어서 긴장을 풀 수 없는게 가장 큰 원인인듯 싶다.

3주 대면하고 1주 비대면, 그리고 기말고사다. 차라리 실습 직후에 비대면을 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일단은 철분제와 비타민제를 먹었다.

 

2. 

실습이 끝나고 나니 확실히 임용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지역을 어디 쓸지, 공부는 언제부터 할지, 어디에서 할지 그런 이야기들이 막 흘러나온다.

나는 놀 수 있는 마지막 학기라며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 별 생각 없이 있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임용 공부를 할 때는 다들 인강을 듣는다는 것 같다. 나는 인강으로 성공한 적이 없다. 고등학교 1학년 쯤에 인강을 좀 들어봤지만 그 시간은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시간이 되었다.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소리다. 코로나로 시작된 비대면 수업도 그랬다. 임용 강의라고 효과가 있을까? 아닐 것 같다. 하지만 남들이 다 듣는다니까 이것 참 고민된다.

 

3.

일하고 있는 아동센터에서 빼빼로를 받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 빼빼로데이다. 누드빼빼로 오랜만에 먹으니 참 맛있다.

지난주 금요일 내 실습이 끝난 뒤 연일 첫 실습을 앞둔 2학년 분들과 만나고 있다. 1년 전을 돌이켜 보면 첫 실습 앞두고 참 정신이 없었다. 학교에서 지도안을 매학기 써봤지만 실습 협력 학교에서 받은 양식은 그것과 전혀 다르게 생겨서 당황했다. 수업자가 철학이 없는데 수업자 철학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평가 항목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참 어려웠다. 아는 윗학번 모두에게 조언을 구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때의 3학년들이나 지금 나나 다를게 없다. 그때 3학년들도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니까 지금의 나도 할 수 있을거야.

분담과 동아리 2학년 분들과 만나서 얘기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지도안 쓰는 중인 분들과는 지도안 얘기를 주로 하고, 아닌 분들과는 내가 그 학년 들어갔을 때 어땠는지, 그 과목은 어땠는지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지금 2학년 분들은 학점 경쟁 자체는 우리보다 훨씬 세다. 코로나로 신입생 시절을 거의 집에서 보내면서 고등학교 4학년처럼 대학교 1학년 시절을 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도안에 대해서는 그때의 우리보다 더 막연한 것 같다. 아무래도 교생들에게는 지도서가 나침반이 되어주곤 하는데, 우리는 그래도 지도서를 베끼는 법을 알았던 반면, 지금 2학년 분들은 지도서에 수업 모형이나 평가 방법 설명, 여러 가지 교육 이론들이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우리는 1학년 1학기부터 매학기 수업실연과 지도안 과제가 있었고, 지금 2학년 분들은 지도안을 써본 기회가 많아야 한 번 뿐이었던 데다가 쓴 지도안에 대해 피드백을 받아본 경험이 전혀 없었다. 수업 실연을 해본 경우도 전무하고.

담임 교수님은 코로나 시대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셨지만 이번에 만나보니 그 최선이 닿지는 못한 것 같다.

내가 뭐라고 이걸 도와주나 시작했다가 덕분에(?) 감사 인사를 많이 받고 있다.

 

거의 매일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하게 되는 말이 비슷하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1. 열심히 써도 담임선생님은 빨간펜을 드시고, 대충 써도 빨간펜을 드십니다.

첫 실습, 첫 수업 교생이 잘할 수 없다. 그걸 한 번에 잘하면 모두가 프로라고 불리지 않겠는가? 물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담임선생님께 맡기면 곤란하다. 그건 염치가 없는거다. 내 말은, 고민해도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좀 덜 열심히 써서 보내도 선생님이 빨간펜을 그어주실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교생 실습 3번쯤 다녀오면 그런다, 가장 힘든 담임선생님은 알아서 하라는 선생님이라고. 왜냐면 우리는 아무 것도 아는 게 없기 때문에. 교생들은 대체로(담임이 영 이상한 경우 말고) 그거 별로라고 하면 "네, 선생님!"하고 기쁘게 고칠 준비가 되어 있다.)

 

2. 학급 안내 자료는 중요합니다.

학급 안내 자료에는 아이들 이름과 좌석 배치, 우리 반의 특성, 시간표, 아침활동 등이 적혀 있다. 첫 실습 때는 몰랐다. 대충 읽었다. '이름은 가서 외우지, 뭐.' 자세히 보면 그런 내용도 있다. '모둠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짐.(해석:수업에 모둠 활동 넣어도 괜찮음.)' '발표를 잘 하지 않음(주의:전체 발표 위주로 수업 짜면 적막이 흐를 수 있음.) '남자 아이들은 장난기가 많고 여자 아이들은 사춘기가 찾아와 이성을 어색해함.(주의:얼굴 보자마자 이성친구 있냐는 질문 받을 수 있음.)

 

3. 참관 실습도 몹시 바쁩니다.

우리 학교는 참관 실습 때 수업을 두 번 한다. 본인이 수업 하는 날 외에는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한다. 일단 8시 반에 출근하면요, 아침 활동을 합니다. 오전에 2~3개의 참관을 합니다. 참관한 건 실습록에 적어야 합니다. 참관이 없으면 특강을 듣습니다. 점심을 먹습니다. 특강을 듣습니다. 그러고 나면 3시 반, 선생님과 협의회를 갖습니다. 4시 반, 퇴근 시간이지만 내 수업 준비는 이때부터입니다. 선생님께 피드백 받은대로 수정하고, 활동지 만들어보고, 리허설 해보고. 실습록도 정리해야 하구요. 조금 지저분한 이야기지만 저는 첫 실습 첫 날에 4시 반에 처음 화장실을 가봤습니다.

 

4. 실습록 안 들고 가면 동기에게 택배라도 붙여달라고 해야 합니다.

매일 참관한 것, 수업 협의한 것, 아동 관찰한 것 실습록에 쓰고 지도조언을 받아야 한다. 금요일에는 부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 교장 선생님 결재를 받는다. 만약 실습록을 자취방/기숙사에 두고 갔다면? 남아있는 동기에게 붙여달라고 해서라도 챙겨야 한다.

 

5. 공수표 날리지 마세요.

선생님 나이나 연락처, 이성친구 있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나는 단호하게 잘라버리는 편이다.

"선생님, 몇 살이에요?" -365살.

"선생님, 이성친구 있어요?" -선생님은 365살이라서 이성친구할 친구가 없어요.

나한테 물으면 딱 끊어버리는데 간혹 마지막날/친해지면 알려주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고는 곤란하니까 말해주지 않는다. 저어어어엉말 곤란하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알려주겠다고 하고 알려주지 않으면 배신감 느낀다.

 

6. 활동을 어떻게 짤지 모르겠으면 혹은 수업자가 딱히 의도가 없으면 지도서가 제일 나을 수 있다.

지난 학기였던 것 같다. 지도서대로 안 하면 지는 것 같지만 사실 지도서는 가장 좋은 자료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과서를 안 쓰고 수학 수업을 한 뒤 대차게 말아먹었다. 그 얘기를 듣고 다시 지도서를 폈다. '교과서로 하는 게 더 알찬 시간이었겠다. 나는 학생들의 시간을 버려버렸다.' 교생 실습은 대회가 아니니까, 기발한 아이디어 선발전이 아니니까, 내가 의도하는 방향이 딱히 없고 내가 짠 활동에 자신이 없다면 지도서가 훨씬 나은 것 같다.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를 따르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다.

 

몇 년 뒤에 이 글을 다시 보면 참 떵떵거리고 살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 생각은 그렇다.

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지난 실습은 아름다웠고, 다음 실습은 두렵다."

그 말 그대로다. 이번 실습도 아름다웠고, 다음 실습은 두렵다.

 

2주간 6차시의 수업을 했다. 저번 학기에도 2주간 5차시의 수업을 했고, 그때도 '이러다 2주만에 과로사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번이 압도적으로 더 힘들었다. 6차시가 모두 다른 과목이라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 내가 힘들어하는 과목을 피할 수 없으니까.

실습생은 6차시가 주어지면 그걸 구성하고 피드백 받고 수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거기다 우리에게는 하루 1시간 이상(많을 때는 4시간)의 수업 참관이 있고, 참관과 내 수업이 끝나면 급식지도를 해야하고, 오후가 되면 매일 특강이나 써클활동, 전문적 학습 공동체, 사전 협의회, 사후 협의회가 있다. 참관한 수업은 참관록을 써야 하고, 내 수업은 협의록을 써야 한다. 담당 아동 관찰 일지도 있다. 주어진 일정을 소화하고, 화장실을 갈 시간이 나온다!하면 4시 반이다. 수업 준비는 4시 반부터나 가능하다.

 

이번에는 4학년에 갔다. 저번 학기에는 5학년을 갔으니까 나름 비슷했다. 학년이 갑자기 펄쩍 뛰면 적응하기가 무척 힘들어지는데 이번엔 그런 건 없었다.

다만 담임선생님의 성향이 극과 극이어서 그 부분이 힘들었다.

'담임따라 간다'는 말이 있다. 반 분위기가 대체적으로 담임선생님의 성격을 따라간다는 뜻이다.

저번 학기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과 밀당을 굉장히 잘하는 분이었다. 반면 이번 학기 선생님은 업&다운이 크게 없었다. 평화롭고 무던하고 잔잔했다. 아이들도 그랬다.

이번 반 아이들은 분위기가 무척 잔잔했다. 4학년이지만 비교적 승부욕이 적은 편이었다. 빨리하거나 남들보다 잘하는 것보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집중했다. 이번 시간에 다 못하면 수업 끝나고 혹은 내일 아침 시간에 하면 되지. 반에서는 잘 못해도 괜찮고 잘하면 좋고. 만족스럽지 않으면 다시 하면 되고. 그런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집중 구호도 딱 2가지. 집중 구호 없이 아이들이 활동을 시작하고 맺을 수 있다는 건 굉장히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생으로서는 다소 적응하기 힘든 면도 있었다. 아직 우리는 아이들과 호흡을 맞추는 부분이 참 미진하니까.

그래도 아이들에게 안전함을 느끼게 해준 교실을 보았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었다.

 

가기 전에 목표가 있었다.

1. 모든 아이의 이름을 일주일에 2번씩은 불러볼 것.

2. 수업할 때 나의 미션 클리어를 하는게 아니라 아이들의 반응을 캐치해서 받아낼 것.

6번의 수업에서 만족스러웠던 수업은 없다시피했지만, 실습록에 적어둔 저 두 가지 목표는 달성한 것 같다.

 

저번보다 아이들의 이름을 빨리 외웠다. 이 반은 아침마다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넣어서 두 줄 쓰기를 한다. 담임선생님께서는 두 줄 쓰기 검사를 비롯해서 아침활동을 전적으로 우리에게 맡기셨다. 두 줄 쓰기 검사도 하고, 우리반 친구 이름으로 빙고 게임도 하면서 비교적 빨리 이름을 외웠다. 이름을 계속 부르려고 노력도 했다.

거의 매일 급식지도를 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급식 먹으려고 줄 서 있으면서 소소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첫 수업에서는 아이들 이름을 틀리는 아주 큰일도 있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얼추 다 외워서 불렀다.

실메와 함께 틈틈이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마지막날에는 개별적으로 짧은 편지도 써주었다.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반응을 보는 것은 이전보다 발전한 것 같다.

더딘 학생에 대한 피드백과 되돌리기에 성공한 수업이 있었다. 저번 실습만 하더라도 눈이 다른 곳에 가 있는 학생을 실시간으로 캐치가 안 되었는데 이번에는 순회지도하면서 피드백을 했다. 물론 내가 놓친 것도 있겠지만.

작은 목소리로 '어? 이게 무슨 말이지?'라고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 "'의존'이라는 단어를 설명해줄 수 있는 친구 있나요?"하고 물어서 여러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뜻을 추측해보게끔도 했다.

답을 미처 다 쓰지 못한 학생을 발견했을 때도 내가 답을 해주기보다 다른 친구들의 답을 들어보고 자신의 답을 찾게 하는데도 성공한 것 같다.

모두 저번 실습 때 실패한 것들이다. 돌이켜보니 소정의 목표는 달성했다.

 

마지막날 편지를 받았다. 수업을 하면서 스스로 '피드백에 성공했다'고 느낀 두 학생이 있었다. 그 두 학생이 나에게 준 편지와 내 실메에게 준 편지의 내용이 달랐다. 비교는 좋지 않지만 뿌듯했다. 내가 잘 잡았구나 싶어서. '미래에는 로봇이 선생님을 대신할지도 모른대요. 선생님은 미래에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같은 내용을 보면서 꽤 흐뭇했다.

 

수업 설계의 면에서는 발전한지 잘 모르겠다. 배움 목표 달성에 미진했던 수업이 몇몇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음 수업을 위한 흐름을 만드는 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저번 담임선생님께는 한 차시의 짜임에 대해 배웠다면, 이번 담임선생님께는 수업 시간 외의 학습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아침시간에 지난 시간에 읽은 글로 십자말풀이를 풀게 한다든지, 각도기를 사용한 게임을 해본다든지, 퀴즈를 풀어본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소소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날 수업에 즉각 도움이 되는 걸 느끼면서 수업이라고 하는 것이 딱 40분 안에 시작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많이 느꼈다.

과제의 경우에도, 교생들이 내는 과제는 딱 제시하는 걸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끝까지 책임지는 느낌이었다. 관찰일지를 쓰는 과제를 내고, 아침시간, 점심시간에 틈틈히 챙겼다. 마지막날 관찰 결과를 다함께 이야기하면서 끝맺었다.

 

사실 초반에는 많이 해맸고, 선생님과 협의회하고 울기도 했다. 막상 이렇게 돌이켜보니 하고 싶은건 얼추했다.

그러니까 보람찬 실습이었다고 말하겠다.

이게 참 실습의 무서운 점이다. 할 때는 너무 힘들고 지쳤지만 돌이켜보면 아름다웠다. 다음 실습은 두렵지만 아무튼 이번 실습은 아름다웠다.

지난주 월요일날 1주차 과정안 2개를 낸 이후로 제대로 완성한 것이 없다. 아직 3개가 남았다.

그 사이에 전혀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메와 연차시 수업을 대강 짰고, 국어를 얼추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뭔가를 했다고 하기는 힘들다.

 

국어가 참 어렵다. 전기문을 읽고 전기문의 특성을 살려 글을 요약하는 차시다.

한 차시를 맡은 상태에서 재구성을 하기 쉽지 않은 차시라고 생각한다. 지도서대로 가는 게 가장 나은 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지도서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답보하고 있는 것은,

이 수업을 하는 내 모습이 전혀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2번의 실습, 7번의 수업에서 지도서대로 따라가는 수업을 해본 적이 없다.

누군가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선생님, 혹시 지도서대로 한다는 게 지는 것처럼 느껴지시나요?"

그런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럴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학기 수학 수업을 준비하면서도 그랬다. 지도서보다, 교과서보다 더 학습적인 구체적 조작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교과서와는 다른 교구를 썼다. 그리고 그 수업은 지난 7번의 수업 중 가장 망한 수업이 되었다.

교과서의 활동이 내가 짠 것보다 훨씬 치밀하고 좋은 활동이었던 것 같다.

 

지도서가 폐지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분명 있다. 

수업 도입하는 첫 단계, 그것도 동기유발이라고 이런 문답을 써놓은 경우가 대표적으로 그렇다.

"이 그림은 무엇일까요?" -무용총 접객도입니다.

"이 그림은 왜 그렸을까요?"

아직 배우지 않았고 앞으로 배울 내용을 학생이 요약, 정리해서 대답할 거라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 더러 있다. 그럴 땐 이걸 왜 만든건가 싶다. (미술 교과서들이 주로 그런 것 같다. 지난 학기 미술 수업 차시가 그랬고, 이번 학기 미술 수업 차시도 그렇다.)

 

교과서의 활동이 나의 아이디어보다 더 정석이라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이번 국어 차시는 교과서대로 따라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분하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고, 나에게 딱 맞는 방법이 있을 것 같고 그렇다.

대충 쓰고 지도 선생님과 함께 바꿔가면 되는 부분이라고 머리는 생각한다. 그 대충이 참 안 된다.

첫 주 지도안 초안을 제출했다. 이번 실습에는 총 6차시 수업을 하는데 1주차에 2개, 2주차에 4개 한다.

6개 중 한 차시는 창체라서 지도안은 5개 짠다. 세안 써야 하는 건 다 썼다.

내고 나니 피드백 계획도 빠져있고, 듬성듬성한 부분이 눈에 보이지만 어차피 수정할거니까, 라는 생각으로 다음 일을 하기로 했다. 선생님, 부탁드려요.

 

이제 짜야 하는 지도안은 국어, 수학, 사회.

수학은 전문적 학습 공동체 수업이라 다른 교생들과 함께 짜서 잠시 뒤로 미뤄두고, 사회는 실메와 연차시 수업이라 수요일에 짜기로 했다.

문제는 국어다. (1)전기문 특성에 맞게 글을 요약하고 (2)인물의 가치관을 파악한다.

요약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인물의 가치관을 파악해야 할까 고민이다.

글감 자체도 난이도가 높다. 걱정이 크다.

같은 차시를 수업하는 동기랑 4시간 동안 얘기하다가 왔는데 아주 대강의 그림만 그리고 왔다.

오늘은 오전에 지도안 2개 낸다고 6시에 일어났더니 피곤하다. 내일, 내일 생각하자.

실습이 어느덧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내일까지 세안 하나 약안 하나를 완성해야 한다.

교대의 실습 기간은 수업 기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실습 기간 중의 수업을 어떻게 하는지는 학교마다 다른데 우리 학교는 실습 2주 전에 실습 1주차 수업을, 실습 전 준에 실습 2주차 수업을 본 수업과 함께 듣는다. 보강, 대체과제, 지도안 작성을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에 체감상 실습 2주 전~실습 2주차까지 장장 4주를 실습하는 느낌이다.

 

오늘은 실메와 오전 11시에 만나 저녁 6시 반까지 내리 지도안을 썼다. 밥도 먹지 않고 썼는데도 완성된 것이 없다.

컴퓨터 화면을 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서 한 시간 정도는 걷다가 왔다.

오늘은 과학 지도안을 완성하기 전엔 잠들지 않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당장 지금 들어야 하는 보강이 있다. 끝이 없다. 실습 보강은 실습 끝나고 하면 좋겠다. 왜 일을 몰아서 시키지 못해 안달인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실메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 내가 가는 실습 학교는 동학년 교생과 함께 지도안을 짜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 학교가 중간고사를 치지 않는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일이 몰아쳐서 바쁠 때는 눈 딱 감고 회피하면서 덜 급한 일부터 처리하곤 하는데, 지금은 회피할 시간도 마땅치 않다.지금 이 글이 마지막 회피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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