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바쁜 일주일이었다. 졸업식, 신규 연수 수료, 임명식, 출근.
오늘은 집에서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안 했다. 잠자는 것과 먹는 것, 말하는 것만 했다.
일주일 간 감정기복이 있었다. 내가 교사가 맞나? 교사를 해도 되나? 정말로?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내가 신규인데 어떻게 잘하냐는 마음과 기타 등등 다양한 감정으로 머릿속이 복잡다단했다. 잠들면 꿈에서 출근해서는 우당탕퉁탕했다. 새벽에 잠깬게 몇 번인지 모르겠다.
신규교사 발령은 3월 1일자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3월 1일부터 출근할 수가 없다. 당장 3월 2일에 아이들을 만나서 수업을 진행하고 업무를 하려면 그 전에 교실 이사도 해야 할 것이고 수업 준비도 해야 할 것이고 업무 인수인계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경기 쪽은 2월 중순부터 출근인 것으로 알고 있고, 이쪽 지역은 학교에 따라 짧게는 사흘, 길게는 열흘 정도 나간다.
신규 교사나 기간제 교사, 복직 교사는 공식적으로는 3월 1일부터 일에 들어가기 때문에 대부분 이 기간은 무급으로 일한다. 관리자에 따라 여비 지급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드물다.
옛날에는 2월 28일에 발령받아 3월 2일 첫 출근 해서야 몇 학년인지 알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고 수업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그보다는 낫다. 그러나 다소 비합리적이다.
현직에 나오면 업무용 휴대전화를 따로 두려고 했는데 이미 실패했다. 출근 첫 날 우유급식 수요 조사를 하느라 학부모에게문자를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 글을 보는 장차 신규 선생님이 계시다면 꼭 발령 받자마자 개통하시길 바란다.
번호를 2개 쓰는 방법은 투폰 서비스, 투 넘버(듀얼 넘버) 서비스, 안심콜, 알뜰폰 등이 있다.
- 투폰 서비스: 한 컴퓨터에 윈도우 계정 2개 심듯이 한 폰에 안드로이드 개정이 2개 들어감. 학부모에게 원폰번호가 갈 일은 거의 없지만 모드 전환 속도가 매우 느림. 백업이 안 됨(중요!).
- 투 넘버: eSIM 앱을 깔아서 하는 방법. 지원하는 기종이 한정적임(내 폰으로 안 됨.)
- 안심콜(안심번호): 천원 대의 매우 저렴한 서비스. 상대방에게 안심번호가 뜨길 바라면 *#어쩌구 번호를 누르고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그걸 깜빡하면 원폰번호가 노출된다.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없다.
- 알뜰폰: 원래 폰 번호가 노출될 일은 거의 없음. 그러나 폰을 2개 들고 다녀야 해서 번거로움. 우체국을 가거나 인터넷에서 유심을 주문해서 개통해야 함.
아이들 수도 적으니까 올해는 이 번호를 쓰고, 내년에는 알뜰폰 만들든가 해야지.
학교에서는 어리버리 우당탕퉁탕하고 있다. 사방에서 지시와 조언이 쏟아지니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발령받은 학교는 작다. 큰 학교에는 업무가 없는 사람도 있곤 한데 우리학교는 모두가 업무를 6~7개씩 가지고 있다. 학교 업무가 그렇고, 단일 학급이라 학년 업무도 온전히 혼자 해내야 하니 만만치 않다.
나도 벌써 아이들 이름표 만들어 붙이고, 우유급식 조사하고, 입학식 준비(이건 거의 다른 선생님들께서 도와주고 계시지만)도 하고, 학년 교육과정 짜고 있다. 놀랍게도 아직까지 입학식 동선도 정하지 않았고, 알림장을 위한 밴드 개설이나 첫날 아이들 집으로 보낼 안내문도 쓰지 못했으며, 업무나 수업 준비 등등은 시작도 못했다. 업무 가이드북과 지도서, 한글 교재 등은 펼쳐보지도 못함. 흑흑.
임명식에서 동기들을 만났는데 대부분은 학년 업무가 없다든가, 학교 업무가 매우 간단했다. 동학년 선생님들이 있어서 눈치보며 함께 하면 되는 것 같았다. 신규 교사로 귀하게 길러지고 있는 것 같았다.
직면하면 슬퍼질 것 같아서 외면하고 있지만, 나, 강하게 길러지고 있는 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