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수요일 3교시 후 쉬는시간, 학생이 스스로 상처를 냈다.
보호자가 비협조적이었던 학생이었기 때문에 사촌(같은 반)을 동행하여 보건실을 가도록 했다.
반창고를 붙이고 돌아왔다.
수업 후 관리자 두 분에게 보고하고 보호자에게 연락할지 물었다.
교실로 돌아와 바로 전화했다.
통화 시간 47분 47초. 좋은 분위기로 통화를 종료하기는 했으나 반 이상은 소리치는 소리를 들었다. 전화를 끊을까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침묵을 유지했으나, 학교로 찾아올까봐 끊을 수 없었다. 학교로 찾아오면 나를 보호해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학교의 결정권자는 도어록으로 방문을 안전하게 잠근 채로 있다가 사후 보고를 하면 대책이라고 나의 업무를 늘릴 것이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손이 달달 떨렸다.
동료 선생님과 저녁을 먹었다. 수다를 떨면서 다소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
집에 들어왔다. 눈물이 계속해서 떨어졌다.
수면유도제를 먹고 자려했으나 새벽 4시에 겨우 잠들었다. 40분~1시간 단위로 잠에서 깼다.
9월 7일 오전 7시 20분. 옷을 입고 현관에 주저 앉았다. 카풀하는 선생님께 먼저 가시라고 했다.
8시가 넘었으나 신발을 신을 수 없었다. 눈물이 쏟아졌다. 빈속임에도 화장실에서 몇 차례 토를 했다.
교감 선생님과 교무부장님께 연락하여 병가를 내겠다고 했다.
침대에 누워 눈을 뜬 상태에서 아침과 점심을 먹을 수 없었다.
교감 선생님께서 교권보호위원회를 소집할 것인지 물으셨다. 욕설이 오간 것도 아닌데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 싶어서 조금 있다가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6부장님이 노조에 연락하여 상근자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중간지점에서 만나서 병원까지 태워다주셨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온몸이 떨렸다.
의사 선생님은 출근할 수 없는 상태로 보인다고 했다.
병원에서 약을 추가로 처방받고 '3개월 이상'이 명시된 진단서를 받았다.
교권보호위원회 소집을 요청하기로 마음먹었다. 여전히 내가 인정받을 수 있는 사례인지 걱정이 되었으나, 이런 일이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요청하기로 했다. 지금 이 보호자를 멈추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반 아이들을 맡을 선생님들이 상처받게 될 것이다. 안 그래도 쉽지 않은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반인데 보호자가 지속적으로 교사에게 반감을 드러낸다면 정말로, 이 아이들은 매년 담임교체가 될지도 모른다.
9월 8일 눈을 뜨자마자 빈속에 토를 했다.
교감 선생님께 하루 더 병가를 냈다. 우선 일주일 내겠다고 했다.
어머니가 괜히 일주일 뒤에 나갔다가 다시 쉬게 되면 학교 선생님들이 힘들어지니 병가를 다 쓰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전화가 왔고, '어디가 교권침해라고 느꼈는지' '왜 이렇게 대답하지 않았는지' '전화를 중간에 끊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는 본인은, 내가 전화를 끊어서 난리가 나면 문 잠그고 나오지를 않을 것이다.
그 분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교감 선생님께 공무상 병가를 요청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월까지 병휴직을 내겠다고 했다.
9월 9일 오전 5시 42분 토했다.
밤늦게 녹취를 하고, 진술서를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가슴이 뛴다. 녹음 파일을 열어서 뒷부분만 살짝 들었다. 그래, 별거 아니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도 가슴이 뛴다. 심장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다. 확실히 내 상태가 정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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