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때 매일 실습록을 제출하면 선생님께서 지도조언을 써서 주신다. 실습 기간 중에는 정신이 없기도 하고, 수업을 잘 못했다 싶을 때는 지도조언을 열기가 무서워서 굳이 들춰보지 않았다. 2주간의 짐을 정리하면서 슬쩍 들추어본다.
'좋은 수업이었다, 좋은 선생님이 될 거다, 나중에 현직에 나오면 꼭 같은 학교에서 만나면 좋겠다'
선생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참 따스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들이 준 편지를 다시 읽어보았다. 2학년 아이들이라 그런지 모두가 사랑한다고 써주었다.
사랑 고백을 이렇게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볼 때마다 '아휴, 우리 2주 밖에 안 봤는데' '내가 뭘 했다고 사랑한다고 하는 걸까' 생각한다. 예쁘게 꾹꾹 눌러쓴 글씨들이 좋아서, 나도 손글씨로 써줄 걸하고 아쉬워한다.
이번 실습에서 내가 했던 수업 중에 유달리 공을 들인 수업이 있었는데, 아무도 그 수업 얘기를 써주지 않은 걸 보고 아주 약간 섭섭해 한다. 다들 종이접기가 재밌고, 길이 재기가 재밌었단다. 그치, 그 수업들도 열심히 준비하긴 했지. 하지만 다양한 가족의 형태 알아보는 수업, 그거야 말로 역대 내 수업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수업이었는데...
나에게 관심이 없는 줄만 알았던 아이가 누구보다 길게, 구체적으로, 그림도 그려가며 편지를 써주었다. 종종 이럴 때가 있다. 나에게 살갑게 대해주던 아이가 다음 실습 때 마주치면 몰라보고, 나와 거리를 두던 아이가 다음에 만나면 누구보다 열렬히 손을 흔들어주는 그런 경우가 있다. 사람을 쉽게 판단하면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아, 근데 다시 봐도 이 친구는 놀랍다. 글 쓰는 거 굉장히 싫어하는 줄 알았다.
오늘은 무용 수업이 있는 날이다. 학교 수업은 아니고, 취미로 하는 수업이다. 일주일에 한 번 듣고 있기도 하고, 그래도 스트레스 푸는 시간이 일주일에 한 번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올해도 듣고 있다. 2학기에 어떻게 할지가 고민이다. 일주일에 3시간 정도는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공부할 시간이 줄어서 힘들 것 같기도 하다. 결제를 해두고 때에 따라 빠지기도 하면서 다닐까 생각 중이다.
기본이론 14일 작전을 시작했다.
지난해 임용 1차 끝나고 4학년들에게 밥을 몇 번 샀다. 덕분에 받은 임용 자료 양이 상당하다. 자료 중에 기본이론을 14일마다 1회독씩 하는 스케줄표가 있길래 오늘부터 시작했다. 아직 다 못했다. 인강도 듣고 해야 하는데 언제 다 하고 언제 자지? 내일 9시에 동기들이랑 공부도 하기로 했는데. 인스타에 남들 공부하는 거 보면 남들은 학기 중에도 하루 5~6시간씩 잘 하는 것 같다. 나는 왜 그게 안 될까?
내 장점은 조금씩, 꾸준히, 지치지 않고 하는 거니까 조급해하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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