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출근을 하게 되었으므로 임용 1차에 대한 글은 이 글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Q&A 게시물에 질문이 달리면 뭔가 추가될 수도 있지만.)
요근래 임용을 앞둔 사람들에게 성공 요인이 뭐였는지 질문을 몇 번 받았다. 이런 글 쓰면 무척 건방져보일 것 같기는 한데, 지인들과 얘기한 걸 바탕으로 나의 승리요인(?)으로 추정되는 부분들을 조금 써보려고 한다.
[남들이 하는 말은 걸러 듣기. 왕도는 없다.]
내 기억에 고3 수능 칠 때는 이걸 해야만 한다, 이렇게 하라더라 이런 것이 그다지 없었다. 이상하게 임용 때는 다들 분위기에 함께 휩쓸리기를 원하는 것 같다. 인강은 꼭 이걸 들어야 하고, 짝스를 해야 하고, 스제트를 써야 하고, 모형을 외워야 하고, 내체표를 암기해야 하고, 만능틀을 써야 하고, 몇 회독을 해야 하고, 뽀개기를 해야 하고. 마치 공부양과 공부 방법이 정해져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인강 선택부터 뽀개기 안한 것까지 그야 말로 왕도를 하나 같이 비켜 간 탓에 어떻게 공부하는지 말할 때마다 주변의 눈초리와 한숨이 느껴지곤 했다.
내가 흔히 해야 한다고 하는 그 루틴을 따라 갔다면 분명히 지쳐서 완주하지 못했을 것 같다. 일단 ALT가 그 모양인데 남들이 하는대로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었다.
혹시나 공부하다가 '나란 사람 이것도 못하다니'라는 생각이 들면, 그게 아니라 그 방법과 맞지 않는게 아니냐고, 다른 길로도 갈 수 있는 거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튼 제 글도 걸러서 보세요. 정답은 아니거든요.
[모로 가든 공부만 하면 되고, 어떤 강사든 내용을 다 알면 합격은 함.]
다음에 있는 모 카페는 유독 특정 인강 강사를 제외한 모든 강사에게 냉혹하다. 그런데 1년동안 공부하면서 비교해보니까 누구를 듣느냐보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듣느냐가 중요하고, 누구를 듣는지 배운 내용을 다 알면 합격은 하는 것 같다.
타 강사 듣는다고 떨어뜨리는 거 아니니까 내가 들은 강의 복습 잘 하고 시간 남으면 다른 자료들 추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메타인지 발동하기. 내가 가장 잘 하는 방법으로 하기]
나 스스로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부분. 내가 가장 잘 하는 게 뭔지, 내가 도무지 못하는 게 뭔지 생각하고 판단했다.
인강 선택도 다른 강사 후기를 되는대로 다 찾아보고 (백구 후기는 굳이 찾지 않아도 보게 되어 있으므로) 나와 가장 맞는 학습 스타일의 강사를 선택했다.
회독을 빠르게 몇 번 돌리지 않고 고작 3~4번 돌렸다. 내 성격상 같은 내용을 다시 보면 스스로 안다고 생각해 대충 넘어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내용을 외우지 않고 순서와 페이지 위치만 외워버리는 타입이라 계획이 어긋나도 차분히 짚고 넘어가는 쪽을 선택했다.
뽀개기를 하지 않은 것도 그렇다. 모의고사를 쳤을 때 내 점수가 불안한 이유가 무엇인가? 지식이 부족해서 그런가? 아니면 문제를 푸는 게 문제인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내 문제는 문제를 꼼꼼히 읽지 않는 것, 답안이 핵심을 찌르지 못하는 것이었다. 뽀개기를 해봤자 답을 제대로 못 써서 틀리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매일 모의고사 문제를 풀었다. 칼채를 했을 때 내 점수와 알지만 틀린 문제를 다 맞췄다면 받았을 점수를 비교했다. 마지막 한 달은 그 간극을 줄이는 데 총력을 다했다. 마지막에 내 현상황을 파악해서 뽀개기 안 한 게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손으로 전과목을 필기하는 대신 시간이 없어 회독을 하지 못해도 손으로 쓴 건 다 기억해서 높은 성적으로 붙는 사람이 있고, 1월부터 내체표를 달달 외우고 n회독, 뽀개기 다 해도 성적이 나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내가 가장 잘 하는 방법으로 할 때 최고의 효율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완벽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시험. 마인드컨트롤하기]
나의 3년 전쯤만 해도 교논 50점대면 설세대광 빼고 붙었다. 그때 수험생들이 공부를 안 했을까? 표본 집단이 공부를 못했을까? 그건 아닐거다. 교대 입결은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달리 말하면 이 시험은 열심히 공부해도 만점을 받기 힘든 시험이란 뜻이다.
나는 지난해 처음으로 투수의 마음을 이해했다. 예전에 야구 투수는 점수를 내줬는데도 잘 했다고 하는 포지션이라는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임고가 그랬다. 내가 이렇게 틀린게 많은데 점수를 계산하면 붙을 점수가 나왔다. 점수 계산하면 멀쩡한데 내가 잘 봤다는 감각을 느끼는 일은 없는 참 아이러니한 시험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이번엔 만점이 79점인가봐."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내가 그렇게 공부했는데 모르면 어쩔 수 없지. 지금 공부하지 뭐."
나보다 더 열심히하는 사람, 더 잘하는 사람을 보면 "1등해라 그래. 난 뒤에서 10등할래."
하다 못해 안 외워지는 내체표 같은 건 "일단 보긴 할 건데, 맞추면 + 점수, 아니면 어쩔 수 없고."
하다하다 시험장에 가서는 극단적으로 "이번 임고에는 국어랑 영어는 안 치나봐."라고 마인드컨트롤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차분히 실수 없이 다 풀고 나왔으니 성공한 마인드컨트롤이었다.
[완벽한 때는 찾아오지 않으니까 그냥 지금 기출 풀기]
기출 강의는 기본이론 때부터 올라왔지만 8월이 되어서야 푼 건 스스로 아는 게 없다고 생각해서 그랬다. 근데 풀고 보니까 완벽한 때는 찾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차라리 일찍 풀고 뭐가 나오는지 아는 게 낫다.
10년치 기출을 풀면 대충 시험에 뭐가 나오는지,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알게 된다. 처음 출제 들어가는 교수님들도 기출 보면서 자기가 어떤 문제를 내야 하는지 파악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기출이 중요하다.
시간이 있다면 도미넌트 선생님 방식으로 기출 분석하는 것도 좋고, 그 외에 여러 선생님들의 블로그를 참고해서 분석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하는 친구들이 붙기는 붙더라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한 것처럼 하루에 10년치씩 무작정 풀어보는 방법도 있다. 풀고 바꿔 매기기도 하고, 어떤 과목에 어떤 부분이 많이 나오는지, 다른 내용에 이 유형을 접목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일단 공부해야 할 것의 4분의 1이 주는 느낌이다.
어차피 작년 기출 올해 안 나오니까 회독하고 볼 생각 하지 말고, 강의만 끝났으면 풀어보기를 권한다.
[고통은 점수와 비례하지 않음.]
임용 공부하면서 무너지는 사람을 많이 봤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병을 얻은 사람 여럿 보았다.
우리 과 동기들보다 공부 덜하는 것 같은데... 누구는 울면서 공부했다는데 나는 그 정도는 아닌데. 저 친구는 벌써 몇 회독 했는데 나는 이것밖에 안했어. 내 점수를 보니까 난 밥 먹을 자격이 없는 것 같아.
이런 생각에 괴로워하는 사람 많이 봤다. 물론 어느 정도의 자극은 필요하다. 자극을 받으면 쭉쭉 진격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스스로 몰아붙인다고 붙는거 아니고, 맛있는 거 먹어가면서 일주일에 한 번은 버스 타고 나간다고 떨어지는 거 아니었다.
고통스럽게 공부한다고 붙는 시험은 아니더라고. 그랬으면 내가 제일 먼저 떨어져야 했다. 힘들어서 회피하는 상황은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 힘들면 맛있는 거 먹으러 멀리 가고, 가끔은 소풍도 가고, 카페에서 커피시켜놓고 1시간 멍 때리기도 하고, 동기들과 시시껄렁한 농담도 하면서 했다. 웃으면서 살아도 공부만 하면 되더라고.
앞서 말했듯 완벽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시험이니까 가끔은 자기 자신을 용인하고 용서하면서 공부하면 좋겠다. 이왕하는 거 덜 고통 받으면 좋겠다.
[힘들 땐 합격 후기를]
그래도 힘들 땐 공부를 멈추고 서치를 했다. 온갖 임용 후기를 다 찾아봤다. 남들은 이 시기에 뭘 하나 구경했다. 보통은 술술 넘기다가 괜찮아 보이는 방법을 발견하면 고민했다. 하던 대로 하는 게 낫나, 이 방법이 더 효율적인가?
그러면서 이것저것 시도해보기도하고, 생각보다 불량 임고생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간단한 루틴 만들기. 조금 하더라도 멈추지는 않기]
월별 공부법 글을 보면 알겠지만 매일 하는 루틴이 있었다. 슬럼프나 몸상태나 기타 등등으로 공부를 안 해도 그 루틴은 했다. 열심히 안 한 날은 많지만, 계획을 다 한 날보다 안 한 날이 더 많지만, 최소한 멈추지는 않았다.
1시간 공부보다는 7시간 공부가 낫겠지만, 공부를 안 하는 것보다는 1시간 공부가 훨씬 낫다.
가끔 공부 하기 싫어서 하루 종일 드러누워 있던 날도 자기 전에 10분만이라도, 30분만이라도, 하다못해 밥 먹으면서 옛날에 들었던 인강을 다시 틀어놓더라도, 안 걷는 것보단 1보라도 걷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했다.
[인강 강사 맹신 금물]
문제는 인강 강사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무시하곤 하는) 교수님이 낸다. 인강 강사는 학문적 깊이나 정확도가 교수보다 못하다. 물론 노력한다는 건 알지만 학문의 경향이나 현장의 유행을 타지 못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영어 공부를 하다가 그런 일이 있었다. 피드백 유형 중 elicitation을 외재적 피드백으로 분류한 인강 강사가 있다. 'elicitation이 왜 외재적 피드백이야? 말 안 하고 기다리는 거잖아?' 의견이 분분했다. 납득을 도무지 못하는 사람들,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거라는 사람들. 사범대 영어교육과에게 물어보니 '수업 시간에 그런 식으로 분류한 적은 없지만 외재적 피드백이면 교사의 발화에 수정된 아웃풋이 있어야 하는데 elicitation은 그게 없으니까 내재적일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다른 강사들 영어 자료를 모조리 뒤져봤는데 그 인강 말고는 아무도 굳이 그걸 외재적/내재적으로 구분하지 않았다. 외재적/내재적은 외재적/내재적이고, elicitation은 recast랑 구분하는 정도 같았다. 결국 영어과 교수님께 메일을 썼더니 외재적/내재적 구분하는 논문이 언제 처음 등장했으며, 그 기준이 무엇이고, 똑같은 elicitation이라도 언제 외재적일 수 있고 언제 내재적일 수 있는지 예시를 들며 설명해주셨다. 그러니까 인강 강사는 틀릴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막판에 학교 수업 필기들을 죄 꺼내서 본 것도 이거 때문이다. 교수님들이 언급하는 건 대체로 그 근거가 어딘가 논문에 나와있을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정답은 아니더라도 허용 답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가독성과 흐름을 잡는 건 인강 강사가 잘하겠지만 정확도, 신뢰도는 교수님들이 한참 위다.
쓰고 보니 꼰대 같은 글이 된 것 같은데 아무튼 내 생각은 그렇다.
결론은 임용을 준비하다 찾아오신 모든 선생님, 너무 고통 받지 마시고(스트레스는 받는게 당연함), 안 맞다 싶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시고, 누구도 맹신하진 마시고 끝까지 꾸준히 달려서, 함께 교직의 길을 걷는 도반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학교 생활 적응하면 2차에 대해서 써볼게요.
1차 궁금한 점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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