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 공부하면서는 필기구 하나도 고민했던 것 같다. 나에게 맞는 볼펜을 찾겠다고 시중에 나온 거의 모든 종류를 한 번씩 써본 것 같다. 내 블로그를 들리는 분들도 필기구를 써보면서 맞는 걸 찾아야하겠지만, 후보군을 내가 줄여드릴 수는 있을 것 같다.
먼저, 나는 문구류는 주로 대한문구에서 샀다. 볼펜 리필이 750원하는, 아주 유용한 곳이다. 브랜드별로, 모델별로, 굵기별로 대부분의 볼펜 리필심을 갖추고 있다. 내가 아는 한 여기가 제일 싸다. 볼펜 외에 형광펜, 칼 타공기를 사기에도 좋다.
개인적으로, 평소에는 새 볼펜을 사서 쓰던 분이라도 임용 공부하면서는 리필심을 사서 쓰기를 추천한다. 왜냐하면 (손으로 공부하는 분이라면 특히) 볼펜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대개는 한 달에 적으면 2개, 많으면 7개의 리필심을 사용했다.
볼펜 말고도 내가 썼던 문구류를 이것저것 적어 보겠다.
1. 종이
나는 논술 시작과 함께 애니 캐넌의 논술 답안지를 사용했다. 무엇보다도 실전과 같은 종이에서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의고사를 풀 때는 답안지 세트를 그대로 쓰기엔 종이가 다소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애니 캐넌의 OMR 떡메모지를 구매해 거기에 볼펜들을 매번 바꿔가면서 써 보았다. 종이 질감이 실제 답안지와 같기 때문에 현장에서 어떤 느낌으로 쓰일지 충분히 테스트해볼 수 있다.
2. 볼펜
임용 시험지 표지에 보면 '동일한 검정색 볼펜'을 사용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니까 중간에 잉크 종류나 펜 굵기가 바뀌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같은 심이 들어간 볼펜을 두 자루 준비해서 가져갔다.
다음은 내가 테스트했던 볼펜들이다. 아래는 임용 짐들을 버리기 전에 가지고 있었던 볼펜들. 내가 써본 모델은 제트스트림, 사라사, 사라사 드라이, 유니볼원(일반/저중심), 펜텔 에너겔(니들팁/일반팁), 자바펜. 동아 큐. 하나씩 장점과 단점을 풀어보겠다.
사라사, 내 손이 도장이 되리라. (절대 금물)
장점: 부드러운 필기감
단점: OMR카드에서 건조 안 됨. 빨리 닳음.
임고 시험장에서 절대 금물. 왜냐하면 내 손에 잉크가 묻는 순간, 내 손이 도장이 된다. 원래도 펑펑 나오는 잉크와 함께 부드러운 필기감으로 유명하지만, 그게 여기서는 단점이 된다. 30분이 지나도 마르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라사 드라이, 왼손잡이라면 써볼만한.
장점: 절대 번지지 않음. 2초면 건조됨. 글씨가 진하게 나옴.
단점: 빨리 닳음. 잘 나오는 듯 뻑뻑한 느낌.
1초면 끝부분이 약간 번질 수도 있고 2초면 다 마르는 데 충분하다. 극강의 건조력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그래서 왼손잡이에게 추천한다. 왼손잡이가 쓰기 편한 펜 중에서 가장 진하게 나온다. 다만 볼펜 몸통은 펜텔 에너겔에 끼워 쓰는 편이 더 좋다.
건조력 빼고는 모든 걸 버렸다. 모의고사 3세트 풀고 나면 한 개 다 썼다. 그래서 돈이 많이 들 수 있다. 그리고 다소 뻑뻑하다.
제트스트림, 손목에게 미안.
장점: 번지지 않음. 쉽게 구할 수 있음. 보존성도 좋음.
단점: 높은 필압 필요. OMR에서 쓰면 평소보다 연하게 나오고 글자가 끊기기도 함.
개인적으로 제트스트림은 임고생에게 비추한다. 사람의 필각이나 평소 습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도 하겠지만, 나도 그렇고 내 주변도 그렇고 OMR에서 글자가 잘 안 써졌다. 나는 아예 잉크가 나오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은 꾹꾹 눌러썼다. 그 결과 주변에 제트스트림 1년 내내 쓰던 동기들은 여름방학 때 정형외과에 물리치료 다녔다. 그래서 비추.
펜텔 에너겔, 일본 펜은 파이롯트 빼고 전 브랜드 리필심 사용 가능!
장점: 부드러운 필기감. 그립부의 좋은 고무! 사라사/제트스트림/유니 리필심 모두 사용 가능. 똑딱이와 뚜껑 중 선택 가능. 낮은 필압으로 사용 가능. 적당한 소비 속도(모의고사 풀세트 5~6회 푸는 정도).
단점: 난 잘 모르겠음. 왼손잡이가 쓰기에는 약간 느린 건조 속도? 디자인이 못 생겼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팬텔 에너겔과 유니볼원 사이에서 고민했다. 우리 스터디 6명 중 3명은 펜텔 에너겔을 가져갔고, 나머지 3명은 유니볼원을 가져갔다. 나는 에너겔 본체에 유니볼원을 넣은 것 하나, 유니볼원 저중심 하나 이렇게 두 개를 가져갔다.
일단 호환이 된다! 펜텔 에너겔 본체에는 제트스트림도, 사라사도, 유니, 유니볼원 모두 넣어서 쓸 수 있다. 그래서 이거 본체 하나만 사면 리필만 바꿔가며 1년 내내 쓸 수 있다.
본체를 잘 만들었다. 그립부 고무가 이 가격대에서는 가장 튼튼하다. 2개를 번갈아 썼을 때 1년 내내 써도 고무가 거의 망가지지 않았다. 그래서 펜텔 에너겔 하나는 사기를 권장한다.
선택지가 많다. 먼저 뚜껑형/똑딱이형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에너겔 트라디오는 뚜껑형, 그냥 에너겔은 똑딱이형이다. 뚜껑형과 똑딱이형 둘 다 잘 만들었고, 작동형태가 다름에도 이 두 가지의 무게 중심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리필심의 촉 부분도 니들팁과 둥근 팁 두 가지가 있다. 니들팁은 모델명에 N이 들어간다. 섬세하게 느껴지는 대신 필압이 강한 사람에게는 다소 불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둥근 팁은 안정감이 있는 대신 조금 더 눌러 쓰는 느낌이다.
유니볼원, 나의 최종 선택.
유니볼원은 두 종류가 있다. 저중심과 저중심이 아닌 것. 왼쪽 사진에 1800원이 저중심, 900원이 일반형이다. 두 개는 심은 같은데 무게중심이 완전히 다르다. 하나씩 사서 써볼만 하다. 볼펜을 이것저것 써볼 생각이라면 꼭 유니볼원 두 종류를 사보길 권장한다.
유니볼원 일반형
장점: 부드러운 필기감. 적당한 소비속도. 가벼운 본체. 그립부 고무 있음. 다양한 색상으로 필기할 때도 좋음.
단점: 가벼워서 글씨가 미끄러질 수 있다. 그립부 고무 하얀색이라서 때 탄다. 방치하면 마른다.
필기감이 굉장히 부드럽다. 에너겔과 비슷하다면 비슷한 느낌이다. 둘 다 손목에 무리가 안 가는 느낌으로 글을 쓸 수 있다.
나오는 색상도 굉장히 다양하다. 위에 유니볼원 사진을 보면 하얀 바탕에 빨주노초파남보가 보인다. 저 색깔 잉크가 들어있다. 그래서 검정 말고 다양한 색으로 필기할 때도 유용하다. 다만 저 색깔 리필은 대한문구에 안 판다.
가볍다. 그래서 손목에 무리 없이 쓸 수 있다.
에너겔보다는 잉크가 덜 펑펑 나오는 느낌이다. 그러나 실제 소비하는 속도는 비슷했다.
다만 한 달쯤 안 쓰면 잉크가 잘 안 나올 수도 있다. 1차 치고 2차 칠 때 되니 글씨가 다소 끊겼다.
유니볼원 저중심
장점: 가만히 있어도 잉크가 나오는 듯한 느낌. 극강의 안정감. 튼튼함. 매트라 때 안 탐.
단점: 그립부 고무 없음. 리필심 호환 안 됨.
쓰는 부분에 쇠가 있어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무게감이 있으면 손목에 무리가 갈 것 같지만 오히려 손목에 힘을 빼서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가만히 있어도 잉크가 나오는 느낌이라 눌러쓸 필요가 전혀 없다.
글씨도 평소보다 정중하게 써진다. 나는 임고 현장에 저중심과 에너겔 두 개를 준비시켜두고(잉크는 같은 걸 넣어두고) 처음에는 무거운 걸로 쓰다가 급해졌을 때는 가벼운 걸로 달렸다.
매우 튼튼하고 때도 안 탄다. 이리저리 굴러도 깨지지 않는다. 이건 꼭 한 번 써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임용하면서 이거 한 다발 사다가 엄마도 주고 친구도 주고 3학년 후배들도 나누어줬다.
그립부는 꽤 두꺼운 편.
딱 하나 단점이, 그립부에 고무가 없다는 것. 나는 애벌레 그립을 사다가 끼워서 썼다.
* 참고로 애벌레 EVA 그립은 식용유 발라서 꼈다.
동아 큐노크/큐스틱, 저렴한 가격이 최고.
장점: 저렴한 가격. 왼손잡이에게 퀵드라이 추천
단점: 1년 내내 쓰기엔 허약한 본체, 딱딱한 그립부
압도적인 가성비가 돋보인다. 가격차가 2~3배? 퀵드라이 잉크의 경우 왼손잡이도 쓸만할 것 같다.
다만 본체가 조금 약하다. 망가진다. 임고 기간 내내 쓰려면 본체를 5개 정도는 준비해두어야 할 것 같다.
그립부가 딱딱하다. 고무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는데 없는 건 없어서 딱딱하고, 고무 있는 건 고무가 있어도 딱딱하다. 그래서 9월까지 동아 쓰던 친구들도 시험 한 달 앞두니 스멀스멀 에너겔이나 유니볼원으로 많이 옮겨왔다.
자바, 잉크가 회색
장점: 안 번진다. 그립부 나쁘지 않다.
단점: 제트스트림보다 더 안 나온다. 잉크가 검정보다는 회색에 가깝다.
결론
- 오른손잡이라면 에너겔, 유니볼원 추천.
- 본체는 에너겔, 에너겔 트라디오, 유니볼원 다 써보는 것 추천.
- 무거운 펜 하나, 가벼운 펜 하나 들고 가는 조합도 꽤 좋다.
- 두꺼운 펜이 좋다면 멀티펜에 잉크는 다 검정으로 바꿔서 가져가는 것도 방법.
- 왼손잡이라면 사라사 드라이나 동아 큐.
* 그 이외 궁금한 점은 댓글 남겨주세요.
3. 형광펜
형광펜으로 보통 마일드라이너를 많이 쓴다. 색이 진하지 않고, 색상도 다양하다. 그런데 그거 쓰다가는 지갑이 거덜난다. 특히 형광펜 공부법 쓰는 사람은 더 그렇다.
내가 추천하는 건 스테들러 트리플러스와 샤피.
둘 다 색깔 선택지가 다양하고, 처음 뜯었을 때와 다 써갈 때의 색 차이가 가장 적고, 무엇보다도 가장 오래 간다. 친구가 쓴 걸 보니 마일드라이너는 잉크가 한 50프로 남았을 때부터 색이 희끄므리해진다.
나의 경우, 3색 형광펜 공부법을 썼다. 노란색을 일주일에 하나 꼴로 썼다. 근데 스테들러라서 그만큼 견뎠다. 샤피도 체감상 비슷하게 가는 것 같다.
4. 타공기
타공기는 칼 타공기 쓰는 사람과 3공 쓰는 사람이 있다.
칼 타공기의 장점은 A4 30공이라 튼튼하다. 종이 사이즈를 다양하게 할 수 있다. 부피가 크지 않아 휴대성이 좋다. 단점은 한 번에 5장 정도 밖에 못 뚫어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3공 타공기는 시원하게 한 방에 뚫을 수 있다. 그런데 쓸 수 있는 종이 사이즈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휴대가 힘들다. 고리 끼는 부분이 잘 찢어진다.
나는 칼 타공기를 썼다. 내 다이어리가 칼 타공기 사양이었기 때문이다. A5 다이어리에 플래너와 공부할 거리를 넣어서 다녔다. 칼 타공기 쓰는 사람이라면 플랜커스 20공 플래너 속지 사용 추천한다.
5. 독서대
나는 2단 독서대는 필요성을 못 느꼈다. 매일 학교 스터디룸 오픈런을 해야 했기 때문에 휴대성이 1번이었다. 1년동안 알라딘 패브릭 독서대를 사용했다. 이렇게 생긴 것. 가볍고 납작하다.
모닝글로리 철제 독서대도 추천한다. 납작해지고, 무게도 나쁘지 않으면서 임고책을 안정적으로 감당한다.
6. 스톱워치
스톱워치는 드렉텍을 썼다. 꼭 이걸 써야 할 필요는 잘 모르겠지만, 별 탈 없이 1년 넘게, 건전지도 바꾸지 않고 쓸 수 있다.
스톱워치는 두 가지는 피하기를 권한다. 중국산 충전형과 다2소 스톱워치. 둘 다 스터디원이 쓴 것이다. 중국산 충전형(소위 백종삼)은 어느날 뻥~하는 소리와 함께 부풀어 오르고 뜨거워지더니 다시는 쓸 수 없게 되었다. 다2소 스톱워치는 2주만에 파업했다.
7. 인덱스 스티커
이건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고 나는 유용하게 쓴 것. 교재에 각 파트/과목 시작하는 부분에 붙여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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