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4.5.8.

 

* 나의 오월일기

5.18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직업과 타임라인을 선택해서 일기를 써내는 수업

참고자료:  https://edu.518.org/sub.php?PID=0203&page=&category=&searchText=&searchType=&leftmenu=&action=Read&idx=170

* 얼굴보고 말해요

영정 사진, 당시 찍힌 여러 가지 사진을 보고 발견해내는 수업.

 

소감: 광주의 중등 역사 교사 선생님들이 어떤 수업을 하시는지, 어떤 고민을 안고 계시는지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확실히 많은 양의 텍스트를 읽고 쓸 수 있어야 가능한 수업들이라서 당장 우리반에 가져오기는 힘들다. 하지만 5.18을 수업만 한다고 의미 있는 수업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나 자신이 5.18 계기교육에서 어떤 점을 망설이고 어떤 점을 어려워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다.

 

"시대의 변화를 알지 못하고, 당시의 일을 새롭게 질문할 수 없다면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무척 인상깊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분 중에는 어릴 때 지하철 역사 등에서 5.18에 대해 잔인한 사진들을 매번 보면서 5.18이 트라우마처럼 작용한 경우도 있다. 꼬마 상주 사진으로 유명한 조천호 씨는 어릴 때부터 계속해서 인터뷰 요구 받으면서 실제로는 생활고를 겪었지만 5.18의 수혜자인 것처럼 보는 시선으로 대인기피증,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는 인터뷰도 있었다.

'비극'이라는 점에 초점을 놓는 수업은 정말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막연히 5.18을 수업한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렇게 해서는 의미 있는 수업이 되기는 커녕 좋지 않은 효과만 생길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든다.

 

희생자, 시민군 역할 외에 화두로 작용할만한 것들이 많았다.

 

이응노 <군상>과 5.18 사진 사이에는 유사함이 느껴진다. 실제로 이응노 외 3인 대담집인 <이응노-서울, 파리, 도쿄>에 보면 당시 일어났던 시위의 영향을 받았다는 걸 알 수 있다.

화가 도미야마 다에코는 광주에 대한 그림을 그렸고, 이 그림은 태국의 민주화 운동에서 티셔츠가 되기도 했다.

역사적 사건은 하나의 사건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평화와 자주의 가치를 지켜온 역사라는 점, 국가폭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지켜왔고 드러낸 역사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여기서 더 나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역사라는 것을 시사해도 좋겠다.

 

나중에 6학년을 한다면 사진을 확대해서 깨알같이 읽어내는 수업을 해봐야겠다. 

5.18에서 흔히 생각하는 구호는 계엄 철폐나 시민의 권리이지만 그 사이에 등장하는 '노동3권 보장' 피켓, '우리는 살아야 한다'라는 피켓, 버스에 깨알같은 글씨로 '죽은 사람 살려내라'라는 글씨들로 수업을 하면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시간 남짓 5.18 수업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스로 이 수업을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도 깨달았다.

첫 번째로는 대부분의 수업 자료가 '타임라인'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게 아직 고금 의식도 발달하지 못한 저학년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어서 나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

두 번째로는 저학년을 위한 자료가 거의 없다. 광주 교육청과 재단에서 만든 자료들도 보통 3학년부터 시작하고, 광주 참실에 있는 자료는 나랑 안 맞다. 그 핵심에는 '단어 설명 없이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의 부재'가 있다. 4.3은 그림으로 설명하는 그림책도 있고, 글로 설명하는 그림책도 있는 반면 5.18 그림책들은 다들 단어의 수준이 높다. 그나마 쉬운 책은 <그 오월의 딸기>, <봄꿈> 정도다. 그런데 이 책들은 비극, 슬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게 나랑 안 맞아. 그나마 <그 오월의 딸기>는 일상이 깨어진 느낌이 있어서 이상함을 느끼게 할 수 있을 것 같긴한데, 이걸 내가 활동을 구성하려니 쉽지 않다.

 

연수를 듣고 나니 컨텐츠보다도 '폭력성의 배제' 때문에 고심하게 된다. 올해 5.18 계기교육을 할지는 좀 더 생각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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