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간의 문제가 시작되는 대표적인 말이 '근데 그 얘기 들었어?'다.

친구의 말을 전달하면서 와전되어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선생님의 의도가 가정에 잘못 전달되어 보호자와의 관계가 악화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이 싸웠다고 전할 때 자세하게 본인이 본 것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럴 때 나는 이렇게 얘기한다. "그러니까 철수랑 영희가 싸웠다는거죠? 해결할 수 없어서 선생님에게 왔어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이 일은 철수와 영희의 일이니까 두 사람의 말을 먼저 들어볼게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당사자의 말을 먼저 들어본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준비한 수업이 <근데 그 얘기 들었어?>.

 

마을에 누군가 이사를 온다. 시력 나쁜 두더지가 새 이웃을 만나고 나서 다른 동물들에게 말을 전한다. 소문은 조금씩, 미묘하게 변해서 '괴물이 이사왔다.'로 변하고 만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괴물의 정체는 개미였다.

그림책을 함께 읽으면서 아이들이 직접 새 이웃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고 나서 모두가 괴물의 모습을 그렸을 때 새 이웃의 정체를 공개했다. 모두가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었다면 나의 의도는 대성공이다.

평소에는 그림을 읽으면서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 이책을 할 때는 책을 다 읽고 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에 공을 들였다.

"그 말을 들은 개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그런데 

"말을 전달하는 동물들은 본인이 잘못 전달했다고 생각했을까요?"

"그림을 다시 볼까요? 두더지는 새 이웃의 정체가 개미라는 것을 몰랐을까요?"

"몸통은 네모나고 다리는 두 개라는 두더지의 말이 거짓말이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사실대로 말했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이 수업의 본 목적이었던 말을 꺼냈다.

"선생님에게 이런 말 들은 적 있을 거에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자세한 이야기는 본인에게 먼저 듣고 싶어요.' 선생님은 왜 그렇게 얘기할까요?"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어린이들이 깨달음을 얻은 표정으로 바뀐다.

- 오해가 생길 수 있어서요. 말이 바뀔 수 있으니까요. 사실대로 말했지만 오해할 수도 있어서요.

 

조금만 구연하듯이 읽어도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 좋은 동화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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